구글의 AI를 이끌던 사람이 자리에서 물러났어요. 잘려서가 아니라, 더 위로 올라가면서요. 그런데 시장은 이 소식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발표 직후 알파벳 주가는 4% 떨어졌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5일(현지시간) AI 부문의 대대적인 리더십 개편을 발표했어요. 핵심은 데미스 하사비스입니다. 그는 구글 딥마인드 CEO 자리에서 물러나, 구글 딥마인드 회장 겸 알파벳 최고과학자를 맡게 됐어요.
직함만 보면 승진처럼 보이죠. 실제로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이 인사를 두고 하사비스가 “AGI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만드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조치라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이 역할이 “알파벳과 인류에 지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구글 대변인이 로이터에 전한 설명은 더 구체적이었어요. 오랫동안 수익보다 연구를 우선시해온 하사비스가 앞으로는 AG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와 전략을 탐구하게 되며, 직속 보고 라인은 거의 두지 않을 거라고 했거든요.
여기서 ‘직속 보고 라인이 거의 없다’는 대목이 중요해요. 조직 관리에서 손을 뗀다는 뜻이니까요.
떠나는 사람은 하사비스만이 아니에요
이번 개편에는 제미나이 모델을 이끌던 여러 인물의 이탈이 함께 포함됐습니다. 그중에는 제프 딘도 있어요. 구글 검색 인프라부터 텐서플로까지, 지난 20여 년 구글의 기술 근간을 만든 사람으로 통하는 베테랑 엔지니어입니다.
빈자리는 코라이 카부쿠오글루가 채워요. 기존에 구글 딥마인드 CTO 겸 구글 최고 AI 아키텍트를 맡던 인물인데, 이제 구글 딥마인드 수석부사장으로서 제미나이 모델 개발과 프런티어 AI 연구, 제미나이 앱과 개발자 팀까지 총괄합니다. 흩어져 있던 지휘권이 한 사람에게 모인 구조예요.

왜 하필 지금일까
타이밍을 보면 시장이 왜 불안해했는지 짐작이 가요. 구글 딥마인드는 지금 꽤 껄끄러운 국면에 있거든요. 최신 제미나이 모델의 플래그십 버전이 6월 출시 예정이었는데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두 달 넘게 밀린 셈이에요. 그사이 앤트로픽과 오픈AI는 계속 앞으로 나갔고, 구글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투자자와 업계 양쪽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필 이 시점에 AI 수장이 운영에서 손을 뗀다는 발표가 나왔으니, 주가 4% 하락은 그 불안의 반영으로 읽히죠.
연구자와 경영자 사이
사실 이번 개편은 3년 전과 정반대 방향이에요. 2023년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공세에 대응하려고 딥마인드와 구글 브레인을 ‘구글 딥마인드’라는 하나의 조직으로 합쳤어요. 그때 통합 조직의 CEO를 맡은 사람이 바로 하사비스였고요.

체스 신동 출신으로 알파고를 만들어낸 연구자가, 제품 출시 일정에 쫓기는 거대 조직의 운영 책임까지 떠안았던 3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운영 부분만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넘긴 거예요.
이걸 어떻게 볼지는 갈립니다. 연구자를 연구에 돌려보내는 합리적 분업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제품 경쟁에서 밀린 데 대한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라고 볼 수도 있어요. 회사가 내놓은 설명은 전자에 가깝고, 시장의 반응은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진짜 답은 모델이 내놓을 거예요
결국 이번 개편의 성패를 가릴 건 조직도가 아니라 밀려 있는 그 플래그십 제미나이 모델입니다. 언제 나오는지, 나왔을 때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어느 위치인지.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해석도 추측에 머물 수밖에 없어요.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구글이 AGI라는 장기 목표와 당장의 제품 경쟁을 한 사람에게 동시에 맡기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것. 그 판단이 옳았는지는 다음 모델이 알려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