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 불과 보름여 만에 극심한 변동장에 휩싸이고 있다. 하루에도 몇 퍼센트씩 출렁이는 ‘롤러코스피’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고,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잇따라…역대급 변동성
코스피는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55까지 오른 뒤 가파르게 급락해 한때 장중 7063.76까지 밀렸다.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에서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며 프로그램 매매가 여러 차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변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해외 투자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코스피가 하루 만에 고점 대비 6% 급락해 246억 달러가 증발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후 5.5% 급반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상황을 두고 “시스템 매매가 기계적으로 위험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유동성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상품의 영향으로 변동성이 한층 증폭됐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개미들 ‘실탄’ 바닥…예탁금 107조, 5개월 만에 최저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07조1279억원으로, 지난 2월 20일 이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예탁금이 110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매일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는 장세에 지친 자금 일부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지지하고는 있으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정부의 대출 규제 및 예탁금 감소 등을 고려할 때 무한정 개인의 순매수 여력이 확장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AI 고점론 vs 반도체 슈퍼사이클”…엇갈리는 시각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는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고점론이 지목된다. 지난 7일 한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유례가 드문 대폭락을 겪었는데, 이는 AI 관련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13% 이상 급등하는 등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단기 변동성 확대가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건강한 조정 국면에 그칠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관전 포인트
다음 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향후 증시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대출 부담 증가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여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반도체 업황 개선이 이어진다면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수급이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분간 코스피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