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 ‘해방의 날’ 관세 143조원 환급…관세 전쟁은 왜 안 끝날까

자인 자인·2026년 08월 06일

143조 원. 미국 정부가 수입업체들에게 되돌려준 관세 금액이에요. 달러로는 약 1000억 달러. 한 나라 정부가 이미 걷은 세금을 이 규모로 토해낸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연방국제무역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 사실을 공식 확인했어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출발점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상호관세예요.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를 한꺼번에 부과한 조치였죠. 이때 근거로 삼은 법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 줄여서 IEEPA였습니다.

녹슨 컨테이너 문

IEEPA는 원래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경제적 조치 권한을 주는 법이에요. 문제는 이 법 어디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말이 없었다는 겁니다. 미 대법원은 지난 2월 바로 이 지점을 짚었어요. IEEPA는 관세 부과를 허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 조치는 대통령 권한을 벗어난 위법·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판결이 나오고 약 2주 뒤, 연방국제무역법원의 리처드 이튼 판사가 후속 명령을 내렸어요. IEEPA를 근거로 징수한 관세를 수입업체들에게 환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60%는 돌려줬고, 40%는 아직이에요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볼게요. IEEPA를 근거로 걷힌 관세 총액은 약 1660억 달러였어요. 이 중 이번에 환급된 게 약 1000억 달러, 비율로 따지면 60% 정도입니다. 나머지 40%는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에요.

법원 건물의 기둥

환급이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규모와 절차 때문이에요. 수만 건의 수입 신고 건별로 얼마를 돌려줘야 하는지 일일이 대조해야 하거든요. 미 관세국경보호청은 이를 위해 전용 처리 시스템을 가동했고, 기업들은 지금도 청구를 접수하는 중입니다. 법원은 관세당국에 환급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라고 요구해둔 상태예요.

그럼 관세 전쟁은 끝난 걸까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어요. 판결로 무효가 된 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지, 미국의 관세 정책 전체가 아니에요.

미국 통상법에는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다른 조항들이 여럿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232조,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301조, 반덤핑·상계관세 같은 것들이죠. 이 조항들로 부과된 관세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고, 환급 대상도 아니에요. 다시 말해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일출 속을 항해하는 컨테이너선

실제로 행정부는 IEEPA가 막히자 곧바로 대체 근거를 찾아 나섰어요. 임시로 활용하던 122조 부과금이 7월에 만료된 뒤로는 301조를 장기적인 대체 수단으로 삼겠다는 방향이 잡힌 상태입니다. 법적 근거만 갈아 끼우고 관세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거죠.

우리 기업엔 어떤 의미일까

직접적인 환급 대상은 미국 내 수입업체예요. 관세를 실제로 납부한 주체가 그들이니까요. 한국 수출기업이 미국 법인을 통해 직접 수입 신고를 했다면 환급을 청구할 수 있지만, 미국 바이어에게 넘긴 구조라면 환급금은 그쪽으로 갑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예측 가능성이에요. 대통령이 비상 권한으로 하루아침에 관세를 매기는 방식에는 사법부가 명확히 제동을 걸었습니다. 반면 232조나 301조처럼 조사와 절차를 거치는 방식은 시간이 걸리는 대신 법적으로 훨씬 단단해요.

결국 앞으로의 관세는 ‘갑자기 오는 충격’보다는 ‘예고된 절차를 밟아 오는 압박’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번 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143조 원을 토해낸 이번 일이 관세 시대의 끝이 아니라 방식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인
자인

자본을 어질고 따뜻한 시선으로 분석하는 시장 경제 전문가

홈으로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