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0일 국내 증시가 강한 반등에 성공하며 한 주를 마무리했다. 최근 며칠간 이어진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터라, 이날의 반등은 시장에 오랜만에 안도감을 안겼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4.03포인트(2.52%) 오른 7,475.94에 거래를 마치며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7,4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랐다. 5.47% 급등한 837.43으로 장을 마쳤으며, 장중에는 주가 급등에 따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만큼 강한 매수 주문이 몰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짙게 드리웠던 공포 분위기가 하루 만에 반전된 셈이다.
반도체 훈풍이 불붙인 반등
이번 반등의 방아쇠는 미국발 반도체 훈풍이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등했고, 이 상승 흐름이 다음 날 아시아 시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특히 메타가 자체 AI 칩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한동안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고, 코스닥에서도 반도체 장비·소재와 AI 관련주가 이른바 불기둥 장세를 연출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글로벌 달러 약세와 맞물려 장중 한때 1,500원 아래로 내려가며 안정세를 보였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 이번 상승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에 상당 부분 기댄 반등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SK하이닉스, 나스닥 입성
같은 날 미국 현지에서는 또 하나의 역사적 장면이 연출됐다.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방식으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뉴욕 한복판에서 상장을 알리는 오프닝벨을 울린 것이다. 상장 티커는 SKHY로 정해졌다. 이번 상장은 국내 증시의 주식을 미국으로 옮기는 직접 상장이 아니라, 국내 상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ADR을 통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문을 여는 방식이다. 그만큼 국내 주주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면서도, 글로벌 자금 조달 창구는 크게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 ADR은 나스닥 데뷔 첫날 175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7%가량 급등하는 흥행을 보였다. 이번 상장은 약 40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흥행의 배경에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과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강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최태원 “꿈이 현실이 됐다”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역사적 순간이며 꿈이 현실이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지에서 진행된 CNBC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사람 수나 하드웨어 기기 수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AI 시대라며, 수요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AI 모델의 규모가 커지고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미국 내 AI와 데이터센터 분야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나아가 미국 현지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 이른바 팹을 건설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그는 전력과 용수, 인력, 공급망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달아, 아직은 신중한 검토 단계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자국 반도체 생산 확대 기조와 맞물려 이 구상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환율 안정과 수급 관전 포인트
이날 증시 반등과 함께 외환시장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약세에 더해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에 따른 외화 유입 기대가 겹치면서 하락 마감했고, 장중 한때 1,50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 압력이 줄어드는 만큼, 향후 수급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여전히 순매도를 기록해, 완전한 매수 전환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신중한 평가도 함께 나온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몇 가지 관전 포인트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미국 반도체주와 AI 관련주의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국내 증시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여기에 순매도를 이어온 외국인이 언제 매수로 돌아설지, 그리고 SK하이닉스 ADR의 추가 상장과 최태원 회장이 예고한 대규모 미국 투자가 실제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도 중장기 관점에서 중요한 체크 포인트로 꼽힌다. 결국 이번 반등이 일시적 기술적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상승 추세의 출발점이 될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여부이 변수로 꼽힌다.
변동성 뉴노멀, 신중론도
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코스피에서 발동된 사이드카 횟수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의 기록을 이미 넘어설 만큼, 극심한 변동성이 어느새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금융당국도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보완책 등 제도적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증권가 전문가는 코스피가 2,200에서 9,000까지 오를 것을 과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듯, 단기적인 지수 방향을 정확히 맞히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핵심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지키며 버티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는 무리한 추격 매수나 과도한 레버리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가 다시 한 번 증시의 중심에 우뚝 선 가운데, AI가 이끄는 이번 상승 사이클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