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둘러싼 ‘피크아웃(고점 통과)’ 논쟁이 뜨겁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같은 SK하이닉스를 두고도 목표주가가 36만원에서 60만원까지 크게 엇갈리고 있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슈퍼사이클이 이제 정점을 지났는지 아니면 여전히 진행형인지를 둘러싼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목표주가 ’36만 vs 60만’…엇갈리는 증권가 시각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증권가 전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반도체 업황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판단 아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는 반면, KB증권은 지난 9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액면분할 전 기준 환산 시 약 60만원 상당)으로 유지하는 리포트를 내놓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글로벌 AI 투자는 여전히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HBM 수요가 견조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같은 종목을 두고 증권사별 전망이 큰 폭으로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이번 반도체 사이클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간다”…최태원 회장, AI에 수백억 달러 승부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및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예정인데도 고객들은 기존 D램까지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일각의 피크아웃 우려를 정면으로 일축했다. 최 회장은 이어 “반도체 생산 외에도 AI, AI 데이터센터, 기술 스타트업 분야에서 메모리 칩보다 훨씬 큰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파트너들과의 합작 투자를 포함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그는 구글·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이 비싼 HBM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재설계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공급 부족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고점 논쟁, 질문 자체가 불완전하다”…기술 성숙도가 관건
해외 반도체 업계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단순 수급 논리를 넘어선 시각도 제기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고점 논쟁을 단순히 수요와 공급이라는 좁은 틀로만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의 성숙도는 결국 기술의 성숙도에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HBM은 여전히 전환기에 있는 기술로, 베이스 다이와 커스텀 HBM, 첨단 패키징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기술이 아직 최종 형태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미 성숙해 캐시카우가 된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관련 학계에서도 최근 HBM 논문들이 단순 최적화가 아닌 아키텍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관전 포인트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40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만큼, 향후 이 실탄이 HBM 생산능력 확충과 AI 관련 신사업에 어떻게 투입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동시에 중국 CXMT 등 후발주자들이 범용 D램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기술 격차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피크아웃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다가오는 미국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번 논쟁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