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지나가는 좁은 바닷길, 호르무즈 해협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해협을 지나는 모든 화물에 20%의 ‘통행료’를 물리겠다고 선언했거든요.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9%나 뛰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란의 전면 봉쇄 선언으로 시작됐다
발단은 지난 12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발표였어요. 호르무즈 해협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봉쇄한다’고 선언한 거죠. 승인받지 않은 항로로 다니는 선박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덧붙였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가 자국이 관리하는 질서 아래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어요. 자신의 SNS에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고, 앞으로도 열려 있을 것”이라며 “이란의 선박과 고객만 막는 ‘이란 봉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라며 “그 대가로 이 지역의 안전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으로 모든 화물 운송 가치의 20%를 돌려받겠다”고 선언했어요.

“우리도 그동안 무료로 지켰다” 트럼프의 논리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50년 동안 돈 한 푼 못 받고 이 해협을 지켜왔다. 이제는 돈을 벌 차례다.” 미 에너지부도 SNS를 통해 “어제 85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를 통과했고, 이는 최근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미군이 이란과 상관없이 원유 흐름을 계속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반응이 이란 쪽에서 나왔어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답했습니다. 안전한 통행을 제공하는 쪽이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란도 영구히 그 역할을 할 자격이 있다”며 “다만 20%는 너무 과하다. 우리는 공정하게 하겠다”고 맞받았어요. 결국 전쟁 중인 두 나라가 같은 바닷길에서 각자 ‘통행료’를 매기겠다고 나선 셈이에요.

국제법 위반 논란, 그리고 시장의 반응
정작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조차 한 달 전 “어느 나라도 국제 수로에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말했던 터라, 이번 발표는 미국 스스로의 원칙과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와요. 유엔 해사기구 쪽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직 실제로 징수된 돈은 한 푼도 없고, 구체적인 징수 방식이나 관련국과의 합의도 없는 상태예요.
시장은 이미 예민하게 반응했어요. 트럼프 발언 직후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9%나 급등했습니다. 배럴당 80달러 원유를 200만 배럴 실은 유조선 한 척이라면, 20% 통행료만 3,200만 달러(약 470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까지 나왔어요. 해외 언론은 물류업체 DP월드가 호르무즈를 우회해 육로로 화물을 옮기는 새 항구를 아랍에미리트 동쪽 해안에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위험할수록 통행료가 오르고, 그 위험이 다시 비용을 정당화하는 악순환 속에서, 세계 물류업계는 아예 호르무즈를 피해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셈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