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출산율 7년 만에 0.9명대 회복, 그런데 왜 산부인과는 문을 닫을까

온율 온율·2026년 08월 06일

몇 년째 ‘역대 최저’만 갱신하던 지표가 방향을 틀었어요.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명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7년 만이에요. 출생아 수도 30만 명 선에 닿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반가운 소식과 나란히, 문 닫는 산부인과와 소아의원 이야기가 함께 나오고 있어요. 이상하죠. 아이가 늘었는데 왜 병원이 사라질까요.

먼저 얼마나 올랐는지부터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 4457명이었어요. 여기서 30만 명 근처까지 간다면 상당한 폭의 반등입니다. 합계출산율 0.9명대는 2019년 0.92명 이후 처음이에요.

한 쌍의 결혼반지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흐름이 특히 뚜렷해요.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인구동향’을 보면 5월 서울 출생아 수는 4227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7% 늘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게 26개월 연속이에요. 2년 넘게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으로 따져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요.

결혼이 늘어서예요

출생의 선행 지표는 혼인 건수예요. 결혼이 늘면 대체로 1~2년 뒤 출생아가 따라 늘거든요. 같은 기간 서울의 혼인 건수는 11.1% 증가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어요.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는 건 코로나19예요. 그 시기에 미뤄졌던 결혼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그 효과가 지금 출생아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이 대목은 조심스럽게 읽을 필요가 있어요. 지연됐던 혼인이 몰린 효과라면, 그 물량이 소진된 뒤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거든요. 반등이 추세가 되려면 고용과 주거 조건이 함께 받쳐줘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에요

0.9명대 회복이 반가운 건 맞지만, 절대 수준을 잊으면 안 돼요. 인구 5000만 명 규모의 나라에서 한 해 출생아가 25만 명대에 머무는 곳은 사실상 우리나라뿐입니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2.1명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0.9명은 여전히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예요.

빈 방에 놓인 아기 신발

한 지역 신문 사설은 이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어요. 저출산은 이제 경제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존속할 수 있느냐의 생존 문제로 옮겨왔다고요.

아이는 느는데 병원은 닫는 역설

여기서 앞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볼게요. 출생아가 늘고 있는데 왜 분만 병원과 소아의원은 문을 닫을까.

실제 사례가 있어요. 제주에서 출생아의 28%를 받아온 한 산부인과가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폐원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그 수요를 감당할 의사를 구하지 못해서예요.

이유는 시차에 있습니다. 출생아 수는 작년부터 오르기 시작했지만, 분만과 소아 진료 인력이 빠져나간 건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진행된 일이거든요. 십수 년에 걸쳐 전공의 지원이 줄고 병원이 하나둘 접는 동안 만들어진 공백은, 출생아가 1~2년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메워지지 않아요.

지방은 또 다른 문제예요

반등의 온기가 전국에 고르게 퍼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과 수도권이 증가세를 이끄는 사이, 지방에서는 사람이 아예 살지 않는 이른바 ‘무거주화 마을’이 계속 늘고 있어요.

사람이 떠난 시골 마을

전국 출산율이 오르는 것과 특정 지역의 소멸은 얼마든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곳과 사람이 떠나는 곳이 갈리고 있으니까요.

결국 이번 반등이 진짜 전환점이 되려면 세 가지가 같이 움직여야 해요. 결혼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고용과 주거 조건, 아이를 안전하게 낳고 키울 수 있는 의료 인프라, 그리고 수도권 바깥에서도 그게 가능한 지역 여건. 숫자가 좋아진 지금이 오히려 이 셋을 손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온율
온율

사회의 차가운 단면을 따뜻한 시선과 법·공정의 잣대로 바라보는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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