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을 뽑는 자리에 1,823명이 몰렸어요. 경쟁률로 치면 36.46대 1. 무슨 대기업 공채 얘기가 아니에요. 경기도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교권보호전담관’ 모집 결과예요. 교사를 지켜주는 일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다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처럼 읽힙니다.
‘교권보호전담관’이 하는 일
이름은 조금 딱딱한데요. 역할을 들으면 왜 필요한지 바로 이해가 돼요. 중대한 교권 침해나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상황, 끝없이 이어지는 악성 민원. 이런 일로 벼랑 끝에 몰린 교사 곁에서, 사안이 생긴 초기부터 마무리될 때까지 1대 1로 붙어 책임지고 돕는 사람이에요.
그동안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건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면 소명도, 대응도, 감정 노동도 전부 개인 몫이었죠. 전담관은 바로 그 지점을 메우려는 제도예요.

누가 지원했을까
지원자 명단을 보면 더 흥미로워요. 현직 교원이 775명으로 가장 많았고, 퇴직 교원 109명, 일반 경기도민 483명, 상담사 182명이 함께 지원했어요. 여기에 변호사 53명, 전·현직 경찰 50명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법과 수사, 상담을 아는 전문가들이 교권 문제에 뛰어든 거예요. 교권 침해가 이제 훈계나 조언으로 풀리는 수준을 넘어, 법적 다툼과 심리 지원까지 얽힌 문제가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36대 1이라는 숫자의 무게
사실 이 경쟁률은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줘요. 하나는 ‘교권을 지키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사회적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 다른 하나는, 뒤집어 보면 그동안 교사들이 얼마나 무방비 상태였는지를 방증한다는 거예요. 안전망이 촘촘했다면 이렇게까지 뜨거운 관심이 쏠릴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 제도가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많았어요. 부당한 일을 당한 교사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이야기였는데, 그 설정이 현실의 제도로 옮겨온 셈이라 ‘현실판’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예상보다 지원이 몰리자 경기도교육청은 당초 50명이던 선발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요. 안민석 교육감은 “많은 성원에 감사하다”며 관심에 화답했습니다. 현재는 면접 등 선발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요.

물론 숫자와 취지가 좋다고 제도가 저절로 굴러가는 건 아니에요. 전담관에게 실제로 어떤 권한을 주고, 학교 현장과 어떻게 손발을 맞추느냐가 성패를 가를 거예요. 그래도 분명한 건 있어요. ‘교사도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이번엔 1,823명의 지원서라는 형태로 확인됐다는 것. 경기도의 이 실험이 다른 지역으로 번질지, 조용히 지켜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