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만 5000명. 지난 5월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 55세에서 79세 사이 인구입니다. 2005년 이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000만 명 선을 넘었어요. 국가데이터처가 5일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입니다.
숫자 하나만 더 보태볼게요.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3명 중 1명, 정확히는 34.8%가 이제 고령층이에요.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나
고령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4만 5000명 늘었어요. 같은 기간 고령층 인구 자체도 57만 명이 늘어 1701만 7000명이 됐습니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예요. 인구 구조가 바뀌니 취업자 구성이 바뀌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죠.

다만 인구가 느는 것 이상으로 ‘일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는 게 눈여겨볼 지점이에요.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은 60.9%, 고용률은 59.5%입니다. 특히 65세에서 79세 구간을 보면 변화가 뚜렷해요. 이 연령대 경제활동참가율은 2005년만 해도 36.3%였는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올라와 있거든요.
73.6세까지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숫자가 이겁니다. 고령층 10명 중 7명이 앞으로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했고, 이들이 답한 평균 희망 근로 연령은 73.6세였어요.
여기서 잠깐 멈춰볼 필요가 있어요. ‘일하고 싶다’는 말이 곧 ‘일이 즐겁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계속 일하려는 이유를 물으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답은 생활비 마련이에요. 은퇴라는 개념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는 얘기죠. 한 언론은 이 상황을 ‘은퇴 없는 노후’라고 표현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20년의 공백이에요
희망 근로 연령이 73.6세인데, 주된 일자리에서 실제로 물러나는 평균 나이는 53세입니다. 스무 해 넘는 간격이 벌어져 있어요.

53세에 회사를 나온 사람이 73세까지 일하려면 어딘가에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해요. 문제는 그 재취업 시장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젊똑노’라는 말도 등장했어요. 젊고 똑똑한 노년층이라는 뜻인데, 경력도 능력도 충분한데 자리를 못 찾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재취업 현장에서 이들이 듣는 말은 꽤 씁쓸해요. “대기업 출신은 부담스럽대요.” 경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인 거죠. 결국 상당수가 원래 하던 일과 전혀 무관한, 단순 노무나 돌봄 같은 일자리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령 취업자 1000만은 두 얼굴을 가진 통계예요. 한쪽에서 보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노동력을 유지해주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건강 수명이 늘어난 만큼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진전이고요.

다른 쪽에서 보면 노후 소득 안전망이 충분치 않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어서 일터에 남아 있는 사람이 그 안에 얼마나 되는지, 통계 숫자만으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정책의 초점도 그래서 갈릴 수밖에 없어요. 계속 고용을 늘리는 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연금과 소득 보장을 두텁게 해서 ‘일하지 않을 자유’를 넓힐 것인가. 실제로는 둘 다 필요하겠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으니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문제죠.
확실한 건 하나예요. 53세에 나와서 73세까지 일해야 하는 20년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고령 취업자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겠지만, 그게 좋은 소식일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