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PBOC)이 자국 경제의 ‘구조적 격차’를 사상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며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글로벌 첨단 기술 제재와 관세 장벽, 인공지능 인프라를 둘러싼 무역 갈등이 가혹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이례적인 발언이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은 ‘온건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유연하며 표적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구조적 분화’를 국내 경제의 핵심 과제로 처음 지목했다.
‘강한 공급, 약한 수요’의 불균형
중국 경제의 불균형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발표된 지표에 따르면 중국의 공장 물가는 4.1% 상승했지만, 정작 내수 소비는 얼어붙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가치사슬 전반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BOC 역시 ‘강한 공급과 약한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핵심 도전 과제로 꼽았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과 첨단 제조업, 수출 부문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반면, 내수 소비와 민간 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국제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부양책 대신 관망으로 돌아선 통화정책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올해 상반기 들어 적극적인 완화에서 한층 신중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태도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국제 금융권 분석에 따르면 PBOC는 지급준비율(RRR)과 금리 인하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줄이는 대신, 해외 정책 동향과 수입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을 늘리며 즉각적인 부양책 대신 정책 관망 기간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과거 경기 둔화 국면마다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온 중국 정부의 전형적인 대응 방식과는 다소 결이 다른 행보로 평가된다.

부동산·고용 부진이 발목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 자체도 여전히 불균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부문과 다소 약해진 고용 시장이 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 브리핑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강력한 공급 역량과 수요 부족 사이의 미스매치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도 이어지고 있어, 단순한 경기 순환상의 조정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로 눈 돌리는 중국
내수 부진과 서방과의 무역 갈등이 겹치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와의 경제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사우스와의 교역은 중국 전체 무역의 5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으며, 지난해 기준 중국과 아세안 교역액은 1조1,000억달러, 중국과 아프리카 교역도 상당한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재생에너지 경쟁에서 발을 빼는 흐름과 맞물려, 세계 무역질서 자체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격차를 둘러싼 이번 PBOC의 이례적인 진단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언제쯤 가시화될지에 국제 경제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