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요즘 폭염에 열대야에 미쳤네요. 도통 푹 잠을 못 자서 피곤피곤해요.” 한 지역 카페에 올라온 짧은 글이에요. 특별할 것 없는 하소연 같지만, 지금 전국에서 수백만 명이 비슷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의 올여름 열대야는 이미 12.1일.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에요.
숫자로 보면 더 심각해요
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 육상 기상특보구역 48곳 가운데 30곳, 그러니까 62.5%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어요. 최고 단계입니다. 이날 수도권 기온은 39도까지 올랐고, 서울은 사실상 40도를 목전에 뒀습니다.

인명 피해도 이어지고 있어요. 8월 1일 이후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매일 100명을 넘고 있습니다. 4일 하루만 놓고 보면 186명이 온열질환 증세로 치료를 받았고, 사망자가 3명 더 늘었어요. 정부는 이 상황을 ‘국가 재난’으로 규정한 상태입니다.
야구장에서 벌어진 일
이번 폭염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장면이 인천 야구장에서 나왔어요. 경기 도중 20대 남성 관중이 중증 온열질환 증세를 보이다 심정지까지 갔거든요. 다행히 심폐소생술을 받고 의식을 회복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같은 경기장에서 온열질환 의심 증상을 보인 관중이 더 있었고, 이 중 2명은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어요. 응급 대처를 하느라 경기가 9분간 멈추기도 했습니다. 결국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전 경기가 취소되는 상황까지 갔어요.
왜 밤에도 안 식을까
낮 기온이 높은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사실 열대야예요.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날을 말하는데, 몸이 회복할 시간을 통째로 빼앗기거든요. 낮에 쌓인 열을 밤에 못 푸니까 피로가 누적되고, 그 상태로 다음 날 다시 폭염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올해 열대야가 유독 길어진 배경으로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이 꼽혀요. 바다가 데워지면 밤에도 습하고 더운 공기가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육지가 식을 틈이 없습니다.
생활 풍경도 달라졌어요. 은퇴 세대가 모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폭염중대경보에 열대야주의보까지 있다 보니, 각방을 쓰던 우리 부부가 합방을 해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시원하게 잠을 자고 있습니다.” 선풍기만으로는 뜨거운 바람만 돌아 잠들 수가 없다는 거죠.
사람만 힘든 게 아니에요
피해는 축산과 수산 쪽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가축 폐사와 양식장 피해가 함께 늘고 있어요. 지자체들은 폭염 취약지역 도로에 물을 뿌리고, 고령 농업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드론을 띄워 공중 계도방송으로 안전수칙을 알리고 있습니다. 한낮 야외작업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이번 더위는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북한 당국도 여러 지역에 폭염경보를 내리며 온열질환 예방 수칙을 당부했어요. 동북아 전체가 기록적인 열기에 갇혀 있는 셈입니다.
언제까지 이럴까
달력상으로는 곧 입추예요. 하지만 기상청 전망은 냉정합니다. 최소 광복절까지는 낮 최고기온이 31도에서 36도 사이를 오가는 더위가 이어질 거라고 봤어요. 지금이 정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결국 기본이에요.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야외활동을 줄이고,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자주 마시고, 주변 어르신이나 혼자 지내는 이웃의 상태를 한 번 더 살피는 것. 야구장에서 심정지까지 갔던 20대 남성이 살아 돌아온 것도 결국 곁에 있던 누군가가 빠르게 알아채고 손을 썼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