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첫 온열질환 사망자, 재난도우미 8589명은 왜 못 막았을까

제주 첫 온열질환 사망자, 재난도우미 8589명은 왜 못 막았을까

지난 16일 낮, 제주시의 한 주택에서 80대 A씨가 온열질환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어요. 나흘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20일 숨을 거뒀어요. 올해 제주에서 나온 첫 온열질환 사망자예요. 재난도우미 8589명이 매일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는데, 왜 이런 일을 막지 못했을까요.

제주는 지금 얼마나 더울까

제주지역 온열질환자는 20일 기준 누적 3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명 늘었어요. 체감온도가 35.2도까지 치솟으면서 지역 언론은 이번 더위를 ‘살인 더위’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제주도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폭염 비상 대응체계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1단계로 가동했어요.

폭염 무더위 이미지

재난도우미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제주도는 재난도우미 8589명을 투입해서 독거노인, 장애인, 농어업인 등 폭염 취약계층 15만 6600여 명의 안부를 폭염특보 발효 기간 동안 매일 한 차례 이상 확인하고 있어요. 숫자만 보면 촘촘한 안전망처럼 보이지만, 15만 명이 넘는 인원을 하루에 한 번씩만 확인하는 구조로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와요. 이번에 숨진 A씨처럼 실내에 혼자 있다가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 하루 한 번의 확인만으로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는 거예요.

도내 무더위쉼터는 632곳이 운영되고 있어요. 제주도는 이 쉼터들의 냉방기 가동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야간과 주말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문제는 쉼터가 아무리 많아도 그곳까지 이동할 수 없거나, 쉼터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취약계층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이에요.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도 “고령층 어르신들의 무더위쉼터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에너지 빈곤층은 왜 더 위험할까

여기에 잘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위험 요인이 있어요. 바로 에너지 빈곤층이에요. 냉방을 마음껏 쓰지 못하는 저소득 가구는 실내에 있어도 온열질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에어컨을 아예 켜지 않거나, 켜더라도 최소한으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 지역 언론은 “폭염과 한파 등 기후위기가 서민 가계를 덮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짚었어요. 무더위쉼터는 밖으로 나가야 이용할 수 있지만, 에너지 빈곤 문제는 정작 ‘집 안’에서 벌어지는 위험이라는 점에서 더 발견하기 어려워요.

독거노인 돌봄 이미지

다른 지역과 기업들은 어떻게 돕고 있을까

에너지 빈곤층 폭염 이미지

다른 지자체와 기업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어요. 전북도는 홀몸어르신 안부 확인과 일터 점검에 드론을 활용한 현장 예찰까지 강화하고 있고, 19일 기준 온열질환자 62명이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어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저소득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대상으로 냉방 지원 등 혹서기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광주 남구는 자율방재단과 함께 폭염 대응 여름나기 캠페인을 8월 초까지 이어가고 있어요.

보건 당국은 “폭염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재난”이라며 홀몸어르신과 야외근로자 같은 취약계층 관리에 힘써달라고 당부했어요. 하지만 이번 제주의 사례처럼, 아무리 촘촘한 안전망을 짜도 ‘하루 한 번의 확인’과 ‘실내에 머무는 사람들’이라는 두 가지 빈틈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폭염이 더 이상 일시적인 날씨 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재난이 된 만큼, 확인 주기를 좁히고 에너지 빈곤층까지 아우르는 더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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