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를 꼽으라면 신당동이 빠지지 않아요. 레트로한 공장형 카페와 작은 공연장, 분위기 좋은 술집이 골목마다 들어서면서 젊은 세대가 몰리는 ‘힙당동’이 됐거든요. 그런데 이 동네, 알고 보면 무려 600년 넘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곳이에요.
마침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 7일 신당동의 이런 변신을 정리한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보고서를 펴냈어요. 제목이 재미있는데요, ‘신당동: 神·新·Hip’이에요. 귀신 신(神), 새로울 신(新), 그리고 힙(Hip). 이 세 글자에 동네의 과거와 현재가 다 담겨 있어요.
이름부터가 ‘무당촌’이었어요
신당동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요. 원래 이 일대는 무당들이 모여 살던 ‘무당촌’에서 출발했거든요. 신을 모시는 신당(神堂)이 있던 동네라는 뜻이 이름에 남은 거예요. 지금의 세련된 카페 골목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이 안 가는 과거죠.
근대로 넘어오면서 신당동은 또 한 번 변신해요. 앵구주택지, 장충단 주택지 같은 이른바 ‘문화촌’이 들어섰는데, 당시 최신 트렌드였던 전원도시 이념을 담은 주거지였어요. 얼마나 알짜 땅이었는지, 한때 신당동 1평이 강남 땅 100평과 맞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예요.

떡볶이 타운, 다들 아시죠?
신당동 하면 역시 떡볶이를 빼놓을 수 없어요. 즉석떡볶이의 원조 격인 ‘신당동 떡볶이 타운’은 오랫동안 이 동네의 상징이었죠. 넓은 철판에 떡과 어묵, 라면 사리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먹던 그 맛,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 왔어요.
그런데 요즘 신당동의 매력은 떡볶이 그 너머로 확장되고 있어요. 중앙시장 근처, 신당역 가구골목처럼 예전엔 조용하던 공간들이 하나둘 개성 있는 가게로 채워지고 있거든요. 한 블로거는 “레트로한 느낌의 공장형 카페들과 공연장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 동네를 데이트 코스로 추천하기도 했어요.

낡음이 오히려 매력이 됐어요
재미있는 건, 신당동이 ‘힙’해진 비결이 바로 그 오래됨에 있다는 점이에요. 번쩍번쩍 새로 지은 상권이 아니라, 옛 시장과 낡은 건물이 그대로 남은 골목에 젊은 감성이 스며들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어색하지 않게 섞이는, 그 묘한 조화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거죠.
실제로 방문 후기를 보면 “미로 같은 공장형 카페”, “돼지곱창전골에 느좋 카페까지 완벽한 데이트” 같은 생생한 표현이 넘쳐요. 옛 정취와 요즘 감성을 한 골목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힙당동만의 강점이에요.

무당촌에서 문화촌으로, 다시 떡볶이 타운을 거쳐 힙당동까지. 신당동의 600년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축소판 같아요. 혹시 이번 주말 갈 곳을 고민 중이시라면, 시간의 결이 겹겹이 쌓인 이 골목을 한번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