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한복판 오피스 지하에서 500년 전 서울이 나왔다

종로 한복판 오피스 지하에서 500년 전 서울이 나왔다

서울 한복판, 25층짜리 오피스 빌딩 지하에서 500년 전 사람들의 삶이 통째로 발견됐다면 믿으시겠어요? 종로 인사동 한복판에서요. 오늘 이 자리에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대체 무슨 사연인지 한번 들여다볼게요.

오피스 빌딩 밑에서 나온 조선시대 뒷골목

이 전시관이 들어선 자리는 원래 그냥 신축 오피스 부지였어요. 그런데 착공 전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조선 전기부터 근현대까지 무려 6개의 문화층이 겹겹이 쌓여 있었던 거예요. 그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받은 건 훈민정음 반포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 약 1,600여 점이 무더기로 출토된 일이었어요. 이 발견 하나로 인사동 일대가 조선 전기 인쇄문화의 중심지였을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결국 시행사와 서울시는 이 부지를 그냥 밀어버리지 않고, 건물 지하 1층에 전시 공간을 만들기로 했어요. 500년 전 종로 뒷골목이 있던 그 자리 그대로, 발굴된 유물을 볼 수 있도록 남겨둔 거죠. 오늘 개관한 인사도시유적전시관에는 금속활자와 천문시계 ‘일성정시의’, 자격루 주전, 총통 등 조선 전기 과학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 523점이 전시됩니다.

지하 유적 전시 공간

전시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전시 구성도 꽤 짜임새 있어요. 인사동 유적의 역사와 보존 과정을 소개하는 섹션부터, 한양 시대 우물의 흔적, 그리고 종로 뒷골목의 실제 생활상까지 세 갈래로 나눠 보여줍니다. 단순히 유물을 진열해놓은 게 아니라, 그 시절 사람들이 실제로 걸어 다니고 물을 긷던 자리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이런 식으로 발굴 현장을 그대로 살려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사례는 흔치 않아요. 보통은 유물만 따로 떼어 박물관으로 옮기고 원래 부지는 개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오피스 빌딩과 유적 전시 공간이 한 건물 안에 공존하는 흔치 않은 방식을 택한 셈이죠.

조선시대 유물과 금속활자

왜 하필 인사동이었을까?

인사동은 원래도 서울 도심 속 역사문화지구로 잘 알려진 동네예요. 골동품 거리와 전통 찻집, 갤러리가 몰려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고요. 여기에 이번 발굴로 조선 전기 인쇄문화와 도심 생활사를 보여주는 유적까지 더해지면서, 인사동의 역사적 무게감이 한층 더해진 셈이에요.

도심 개발과 문화유산 보존이 항상 충돌하는 건 아니라는 걸 이번 사례가 보여준 것 같아요. 바쁜 오피스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에 잠깐 내려가 500년 전 서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 생각만 해도 특별하지 않나요. 개관 소식을 듣고 한 번쯤 들러보고 싶어지는 곳이에요.

관람객이 둘러보는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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